Moody’s는 최근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1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미국은 S&P와 Fitch에 이어 세 곳의 글로벌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A+ 등급을 받게 되었다.

Moody’s가 Aaa 등급을 철회한 주된 이유는 구조적인 재정취약성 때문이다. 지난 10년 이상 미국의 정부부채와 이자비용은 계속 증가해왔고, 이는 Aaa 등급 국가들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러한 추세를 되돌릴 수 있는 실질적 재정개혁에 합의하지 못한 상태이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재정개선 조치도 수년 내 실질적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됐다. 특히 의무지출과 이자비용은 앞으로도 전체 지출 내 비중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2024년에는 전체 정부지출의 73퍼센트가 의무지출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비중은 2035년에는 78퍼센트로 증가할 전망이다.
재정수지 측면에서도 우려는 커진다.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24년 6.4퍼센트에서 2035년 9퍼센트로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완만한 수입 증가에 비해 지출과 이자비용이 훨씬 빠르게 증가하는 구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정부부채 비율도 98퍼센트에서 134퍼센트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자비용만 따로 보면, 정부 수입 대비 이자지급 비중은 2021년 9퍼센트에서 2024년 18퍼센트, 2035년에는 30퍼센트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2021년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 추세는 이러한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여전히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강력한 경제적 기반과 제도적 구조가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고 있으며, 거대한 경제규모와 높은 소득수준, 생산성 중심의 성장잠재력을 바탕으로 예외적인 경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통화정책은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과거처럼 효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분산된 권력 구조 역시 건재하다는 평가다. 관세정책 등으로 인해 단기 성장세는 다소 둔화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률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 역시 미국의 신용도를 떠받치는 핵심 요소다. 통화 다양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foreseeable future 내에서 달러는 여전히 지배적인 글로벌 기축통화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자금 조달에 있어 비교적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앞으로 신용등급이 다시 상향될 가능성은 재정개혁에 달려 있다. 재정적자와 부채 증가 속도를 현저히 늦추고, 궁극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의 개선이 확인될 경우다. 반대로, 정책 효율성과 구조적 강점이 약화되거나 중장기 성장률이 하락할 경우, 또는 달러 자산에서 글로벌 투자자금의 이탈이 지속될 경우에는 추가적인 등급 하향이 있을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부재하기 때문에 급격한 자본이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Moody’s의 판단이다.
이번 등급 조정은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력한 기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재정 불균형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재정정책의 전환 없이는 신용등급의 반등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정치적 선택이 미국의 국가신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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